대통령이 되기도 전에 대통령 서명을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을 하기도 전에 대통령 결재란에 직접 서명을 한 문서를 서울신문이 입수해 공개했다.

서울신문은 24일자 신문에서 국가기록원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한국 미곡창고 감찰보고'를 공개했다.

문서에 따르면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박 의장이 1962년 3월 7일 대통령 서명란에 '박정희'로 기록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은 그해 3월 23일 사임했고, 국가재건최고회의는 곧바로 박 전 의장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추대해 12월 17일 정식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서울신문은 "(자료의 의미는)윤보선 전 대통령 사임 전에도 이미 박 전 의장이 국가 행정체계를 무시한 채 대통령 업무를 수행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당시 대통령은 명백하게 윤 전 대통령이었음에도 이를 무시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해당 문서에 대해 1962년 감찰위원회(현 감사원)이 작성한 것으로 피감기관인 한국미곡창고 주식회사는 비료공급, 양곡수집과 배급, 소금전매를 담당하던 국영기업이었다. 자금력이 막강해서 정치권 자금줄 노릇도 했다고 전했다.

 

특히 서울신문은 전문가의 말을 빌려 "쿠데타로 등장한 군사정권이 기존 세력을 몰아내고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적 사료"라고 지적했다.

조영삼 한신대 국사학과 초빙교수는 "이 문서는 버젓이 존재하는 대통령을 두고 쿠데타로 등장한 박 전 대통령이 행정체계를 무시하 채 권한을 행사한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장수장학회의 장물 논란과 박정희 대통령 기념 도서관 개관 논란 등에 이어 이번 자료가 5·16 세력의 권력 장악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논란을 가중시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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