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수의 신문왕국 스웨덴은 언론자유 뿐만 아니라 미디어 책임제도도 확고히 뿌리내리고 있는 나라다. 반면에 세계적인 신문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일본에서는 여태껏 미디어 책임제도가 정착돼 있지 못하다.

이와 관련 최근 메이지대학이 신문왕국 스웨덴 옴부즈맨을 초청해 심포지엄을 가져 일본 언론계와 언론학계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한국의 언론상황에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 미디어오늘 도쿄통신원 이한웅씨가 취재를 했다. <편집자>


지난 13일 일본 메이지대학에서 ‘미디어 책임제도를 일본에’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이 열렸다. 발제를 맡은 토스틴 카슈씨는 지난 80년부터 90년까지 10년간 스웨덴 미디어 책임제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시민을 위한 프레스 옴부즈맨’으로 활약해 왔다. 인구 8백55만명의 스웨덴에는 1백75개의 신문이 있고 구독률 또한 세계적 수준이다.

미디어 책임제도는 신문발행자협회, 기자협회, 전국 퍼블리스트클럽 등 3단체로 구성된 보도협정위원회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 위원회는 보도윤리 강령 제정을 비롯, 프레스옴부즈맨, 보도평의회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보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보도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중 94년에 제정된 보도윤리강령은 일반 형사사건에서 피의자나 피고인의 이름을 쓰지 않는다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하고 있다. 공인이 관련된 형사사건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실명을 쓰지만 일반인들의 경우에는 ‘일반시민의 관심과 이익에 명백히 관련돼 있을 때’를 제외하곤 원칙적으로 익명으로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피고인이 보통시민인 경우에는 유죄가 확정돼도 익명을 고수한다. 수상이 암살됐을 때도 익명을 써야 한다는 시민, 기자들의 의견이 전체 80%를 웃도는 정도다. 그 이유는 범죄보도의 목적이 제제를 가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객관적 사실을 전해 비록 법을 어긴 시민이라도 적절한 법률과정을 밟고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에 있다.

카슈씨는 “언론이 단지 범죄인이라는 이유로 피의자나 피고인의 이름을 공표해 버린다면 복역후 사회복귀를 어렵게 한다. 범죄에 대한 처벌은 법정이 해야 하고 언론이 벌을 내려서는 안된다. 단 공인의 경우는 언론의 역할이 권력감시에 있으므로 실명을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록 실명이냐 익명이냐는 문제가 별로 중요하게 보이지 않지만 언론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스스로 언론자유를 보장받기 위한 매우 중대한 요소라는 것이다. 옴부즈맨제도가 정착돼 있지 않은 일본이나 이제 막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한 한국언론이 귀담아 들을 내용이다. 이들 언론들은 범죄자를 너무도 쉽게 이중, 삼중 처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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