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친여 인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폐지하려던 계획을 돌연 취소해 KBS 내부에서 친여인사에게만 지나치게 관대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 KBS와 KBS 새노조에 따르면, KBS는 최근 프로그램 부분 조정을 진행하면서 시청률 경쟁력 등 조정대상에 해당하는 프로그램으로 1TV <한국, 한국인>을 선정해 폐지할 방침이었으나 다시 살리기로 했다. KBS 프로그램 조정안은 22일 최종 확정됐다.

KBS는 <한국, 한국인> 제작진에 폐지된다고 통보했으나, 지난 주 경 다시 ‘유지하기로 했다’고 재통보했다. 김성환 KBS PD는 23일 “폐지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가 지난 주 그대로 유지한다는 재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또한 KBS는 담당 제작진도 교체했다. 새 연출을 맡은 김현 PD는 “저도 왜 이렇게 결정이 났는지 궁금하다”며 “이번주에 처음오게 돼 경위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KBS 내부에서는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는 이병혜 명지대 교수를 배려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 2009년 미디어법 파동 때 한나라당 미디어발전국민위원으로 활동했고, 2007년엔 한나라당 대선 경선관리위원을 맡는 등 친여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이 교수는 2년 전 KBS 라디오 <생방송 토요일(일요일) 이병혜입니다> MC를 맡고 있으면서 한나라당 미발위원직을 수락해놓고도 제작진에 늦게 알려 진행자교체를 못한채 방송이 나가도록 하기도 했다.

KBS 새노조(위원장 김현석·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23일 성명을 내어 “자신들과 ‘색깔’이 다른 사람들을 프로그램에서 강제로 배제해 급기야 ‘블랙리스트’ 파문까지 빚고, 친정권 인사들에게는 너무나 관대하게 마이크를 내준 사측의 그동안의 행적을 볼 때 여전히 미심쩍음이 가시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KBS 새노조는 “이번 결정의 최종 책임자인 길환영 부사장과 김인규 사장은 이에 대한 정확한 경위를 밝히라”며 “은근슬쩍 넘어가려 하지 마라. 비상한 시국에서도 공정방송을 위한 우리의 촉수는 언제나 살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이번 부분조정 대상 프로그램이 1TV에 1개, 2TV 3개인데 애초 ‘한국 한국인’도 효율성 부족, 시청률 경쟁력 저하 등의 이유로 폐지대상에 포함됐으나 KBS의 공영성 있는 프로그램인 만큼 경쟁력이 약해도 살려야 한다는 판단에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며 “다소 효율성 부족하다고 판단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살리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실장은 “제작진에 폐지하겠다고 통보했던 것이 아니라 편성과 제작책임자 회의에서 나왔던 얘기가 담당 PD에게 알려진 것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친여 인사 배려 차원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배 실장은 “그런 주장은 트집잡기 위한 의도로 만든 작문에 불과하다”며 “파업한다고 해서 노사관계가 경색된 마당에 그 사람 살려주겠다고 프로그램 폐지를 번복하겠느냐. 프로그램 부분조정과 진행자 교체 연계는 견강부회”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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