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수색작업을 하다 숨진 고 한주호 준위가 함미와 함수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사망했다는 이른바 ‘제3의 부표’ 의혹에 대해 당시 이를 보도했다 기사를 삭제했던 KBS 취재진이 ‘제3의 부표’를 설명한 UDT 동지회원과의 취재녹취록을 법원에 제출했다.

UDT 동지회원들은 녹취록에서 군 당국이 밝힌 함수나 함미가 아닌 용트림바위 앞 1km 이내의 위치에서 한주호 준위가 부표(제3의 부표)를 설치했고, 그곳에서 작업하다 숨졌다고 증언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KBS 취재진은 당시 제3의 부표에 함수나 함미가 아닌 ‘제3의 물체’가 침몰해있을 가능성까지 가정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23일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황현택 KBS 기자의 진술서에 첨부된 UDT동지회원의 녹취록에 따르면, 정철 UDT 대전지회장은 지난 2010년 4월 6일 KBS 취재진과 전화통화에서 한주호 준위가 자신이 세운 용트림 바위 앞 부표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정 지회장은 이곳을 함수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 함수의 위치는 이 곳으로부터 3~4km 동쪽으로 떨어진 곳에 있었고, 해상크레인도 함께 있었다.

제3의 부표 위치에 대해 정 지회장은 용트림바위 앞 단상에서 “1km 안 됐죠. 너무 가깝게 보이죠. UDT 현역병들이 고무보트 타고 뺑뺑 돌고 그랬잖아요”라고 말한 것으로 녹취돼있었다.

UDT동지회원인 이헌규씨는 자신이 제3의 부표 아래로 잠수해 목격한 것이 “함수”라고 설명하면서도 그 모습에 대해서는 “낡은 와이어가 있어서, 와이어 2개에 부표를 띄워나서 로프 연결을 해치문에 걸린 것으로 (연결)해서 해치문을 열고, 김진호(함께 작업한 UDT동지회원)는 로프를 잡고 있고, 나는 해치문 안에 들어가서 탐색을 하고 나왔다. (그 크기는) 한 5m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부표에 대해 이씨는 “3월 29일날 함수를 한주호 준위가 어탐으로 해서 그 자리를 찾아서 부이를 띄웠다고 하더라구요. 소방호스와 다른 것들이 있어서 괜찮은데 함수에서 절단된 그쪽에는 날카롭다, 위험하다 그러니까 들어가지 말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씨는 “자신이 찾아서 부표를 부이를 띄웠다. 이 곳에서 한 준위가 사망했다”고 말했다.

날카로운 부위에 대해 이씨는 “직접 들어가진 않았다”며 “한 준위가 위험하다고 해서 들어가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씨는 실제 함수가 가라앉아 있던 백령도와 대청도 사이의 지점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한 준위로부터 ‘함수’라며 전해들은 이 ‘제3의 부표’와 관련해 한 준위 외에 군 당국으로부터는 아무런 설명을 들은 바 없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황현택 KBS 기자는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를 통해 UDT동지회원들이 ‘함수’라고 주장했는데도 ‘제3의 부표’라고 표현한 이유에 대해 “UDT 동지회원들이 지목한 함수는 당국이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함수’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며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서 ‘제3의 부표’라고 표현했다”고 밝혔다.

제3의 부표 관련 보도를 한 취지에 대해 황 기자는 “당시 ‘제3의 부표’ 위치에서 UDT 동지회가 함수 수색에 나섰고, 별도의 장소에서 소형 크레인이 함수 인양 작업을 하고 있다면 결국, 함수 위치가 2개인 셈이 된다”면서 “하지만 그동안 군은 일관되게 ‘천안함이 두동강 났다’고 주장했고, 당시 공개된 TOD 영상에서도 사고 직후 천안함이 두동강 난 것으로 확인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황 기자는 “당시 취재진은 승조원 구조 직후 천안함이 2차 폭발에 의해 세조각 났을 가능성부터, ‘제3의 부표’에 함수나 함미가 아닌 ‘제3의 물제’가 침몰해있을 가능성까지 가정아래 둔 바 있다”고 답했다.

한편, 당시 4월 6일 오후 2시 ‘제3의 부표’ 인근에서 헬기가 등장해 물속에서 2m 가량의 긴 물체를 건져 올린 상황에 대해 황 기자는 “해군 헬기 한 척이 함미와 함수 부분 가운데 해역에서 정지 비행을 했다”며 “바다 위에선 군인들이 고무보트 위에서 무언가를 헬기로 실어 올렸는데 긴 막대기 모양의 물체 2개를 하나씩 차례로 올렸고, 마지막에는 모터 보트에서 잠수부 한 명이 물에 뛰어내린 뒤 헬기에서 나온 줄을 잡고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황 기자는 “이는 KBS 촬영 포인트 3곳(중계카메라, 용트림바위, 연화리)에서 동시 촬영했고, KBS 외에 인근 언덕에서 방송 4사가 모두 촬영한 가운데 진행됐다”고 밝혔다.

앞서 KBS는 지난 2010년 4월 7일 <뉴스9>에서 ‘제3의 부표’ 관련 리포트를 두 건을 방송해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지만, 방송직후 취재에 응했던 UDT동지회원들이 위치를 착각했다고 번복해 결국 KBS 홈페이지에서도 기사를 삭제해버렸다.

그러나 황현택 기자는 KBS가 UDT 동지회원들에게 침몰한 함수 함미 수중 촬영을 부탁하기 위해 타사와 달리 활동 초기부터 꾸준히 접촉하면서 이들과 숙식까지 함께 하는등 상당한 신뢰 관계를 쌓아왔고, UDT 동지회원들도 자신들의 활동을 KBS에 줄곧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황 기자는 “우리는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한 일은 없다”며 “리포트 내용이 해군이 지목한 함수 지점과, 현장 수색 작업에 나선 UDT 동지회원들이 지목한 함수 위치가 충돌하고 있어 이에 대한 해군의 정확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취지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재판부에 “당시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정보의 비대칭이 매우 심각했고, 그런 상황에서 현장 기자들의 취재와 보도 내용은 그나마 진실에 접근해 보려는 노력의 하나였다”며 “여러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이뤄진 합리적 의심을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그 진의를 따지는 게 바람직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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