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간부급 사원 135명이 21일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MBC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간부급 사원 성명인데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비조합원 비율이 63%에 달한다는 점에서 ‘공정방송 회복’을 걸고 4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노조에 큰 힘이 실릴 전망이다.

반면, 22일 예정된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를 하루 앞두고 대규모 간부급 사원들의 퇴진 성명이 나오면서 김 사장의 입지는 그만큼 좁아지게 됐다. 노조는 이번 일에 대해 "MBC 역사상 비조합원 신분의 간부급 사원들이 한 목소리를 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사측에서는 그동안 노조의 파업에 대해 전체 구성원 가운데 일부라고 의미를 폄하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직원들은 적게는 21년(91사번)에서 많게는 35년(77년 입사자) 동안이나 MBC에서 일을 해온 고참 사원들이 주축이다. 이들 가운데에는 국장직급이 9명, 부국장 직급은 30명, 부장 직급은 47명, 부장 대우 직급은 38명이나 포함돼 있다.

또, 보직간부 역임자들도 대거 참여해 보직본부장 및 국장 역임자가 11명, 보직 부국장 역임자가 8명, 보직 부장 역임자는 무려 53명이 포함돼 있다. 앞서 밝힌 것처럼 비조합원도 60%를 넘는다.

이번 성명에 참여한 최승호 PD는 “김 사장이 퇴진하지 않으면 MBC가 추락할 수 있겠다는 위기감이 조직 구성원 일부가 아니라 전체에 퍼져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파업에서 경영진을 비판하는 성명에 참여한 간부들의 경우 사측으로부터 승진누락 등 불이익을 받은 전례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간부급 사원들이 실명으로 성명을 냈다는 것은 김 사장에 대한 내부 불신이 한계에 달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이들이 이날 발표한 성명만 보더라도 김 사장의 리더십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하다. 이들은 성명에서 “지난 2년 김재철 사장의 재임기간은 MBC에 유례없었던 갈등과 추락의 시간이었다”면서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할 정도로 경영실적을 올렸다는 김 사장의 항변은 일면 사실이지만 그 뒤에는 언론으로서의 MBC의 추락, 내부 민주주의의 극단적 위축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내곡동 사저 축소보도, 서울시장 선거 편파보도, 4대강 등 현 정부 주요 실책에 대한 비판 외면 등 이루 열거하기 힘든 공정성 침해논란이 있었다”며 “과거에도 편파보도 논란이 있었지만 그 질과 양 면에서 김재철 사장 재임기간과 비교할 만한 사례는 없었다고 우리는 단언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저항하는 구성원들을 징계와 인사발령으로 억압하고, 동조하는 일부 구성원들에게는 납득하기 힘든 정도의 즉흥적 시혜를 남발하는 비민주적인 사내 통치가 이뤄졌다”며 “그 결과  MBC의 자랑이었던 자율적, 창의적 문화는 사라지고 윗사람 눈치만 보는 해바라기 문화가 횡행해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사측의 파업 대처 방식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들은 “파업이 시작된 지 4주가 되도록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합리적인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시도하기보다 노조에 대한 고소와 한시 대체인력 채용 등 강경책만을 내놓는 것을 볼 때 MBC가 전례 없는 파국의 수렁에 빠지는 것이 아닌지 크나큰 우려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이제 김재철 사장이 해야 할 마지막 일은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사측은 대화를 거부하고 고소·고발로 노조를 압박하고 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내고 있다. 회사의 법적대응이 가시화되자 지난 16일에는 보도국 보직부장 3명이 파업에 동참하기 위해 보직을 사퇴한데 이어 보도국의 논설위원 3명까지 파업에 참여했다. 20일에는 MBC라디오의 간판 뉴스인 저녁 7시 <뉴스포커스> 황외진 논설위원도 앵커자리에서 물러나 파업동참을 선언했다.

다음은 21일 간부급 사원 135명이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김재철 사장은 현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김재철 사장 부임 후 39일 간의 장기 파업을 겪은 MBC는 또 다시 격렬한 갈등을 겪음으로써 대한민국의 대표적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 20년 이상 MBC에 몸 담아 온 우리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또한 파업이 시작된 지 4주가 되도록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합리적인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시도하기보다 노조에 대한 고소와 한시 대체인력 채용 등 강경책만을 내놓는 것을 볼 때 MBC가 전례 없는 파국의 수렁에 빠지는 것이 아닌지 크나큰 우려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노조에 대한 강경대응과 반발로 사태가 악화돼 MBC가 국가적 대사인 4.11총선 선거방송조차 제대로 해낼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무슨 명분으로 국민을 대할 것인가. 

지난 2년 김재철 사장의 재임기간은 MBC에 유례없었던 갈등과 추락의 시간이었다.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할 정도로 경영실적을 올렸다’는 김 사장의 항변은 일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뒤에는 언론으로서의 MBC의 추락, 내부 민주주의의 극단적 위축이 있었다.

내곡동 사저 축소보도, 서울시장 선거 편파보도, 4대강 등 현 정부 주요 실책에 대한 비판 외면 등 이루 열거하기 힘든 공정성 침해논란이 있었고, 그 결과 MBC의 신뢰도는 현저히 저하됐다. 과거에도 편파보도 논란이 있었지만 그 질과 양 면에서 김재철 사장 재임기간과 비교할 만한 사례는 없었다고 우리는 단언한다.

또한 저항하는 구성원들을 징계와 인사발령으로 억압하고, 동조하는 일부 구성원들에게는 납득하기 힘든 정도의 즉흥적 시혜를 남발하는 비민주적인 사내 통치가 이뤄졌다. 그 결과  MBC의 자랑이었던 자율적, 창의적 문화는 사라지고 윗사람 눈치만 보는 해바라기 문화가 횡행해왔다.

따라서 김 사장 및 경영진이 자신들의 책임은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고 후배들의 항거를 탄압하는 것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우리는 김재철 사장이 92년 파업 당시 노조원으로서 파업특보를 돌리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현 경영진도 여러 차례의 소위 불법 파업에 함께 참여했었다. 그 때처럼 후배들도 국민을 위해 좋은 방송을 하고 싶다는 한 가지 염원으로 파업이라는 힘든 길을 가고 있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김재철 사장에게 간곡히 요청한다. 파업 4주가 되도록 회사에 출근도 하지 않고 노조를 업무방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더 이상의 파행은 김재철 사장이 MBC를 사상 최악의 파국으로 이끌었다는 역사적 기록을 남길 것이다.
이제 김재철 사장이 해야 할 마지막 일은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다.

현 사태를 우려하는 MBC 입사 20년 이상 사원(보직자 제외)

강석범 강자중 강재형 강태선 고성호 고연도 고재경 곽동국 김상규 김상균 김상훈 김성환 김수인 김애나 김영호 김용관 김용범 김용현 김재균 김재현 김종규 김지연 김현경 김현주 김환균 남  표 문수정 민현기 박관수 박병완 박상열 박성수 박승규 박신서 박영춘 박원희 박정근 박정문 박태경 배상무 배준   백성흠 변창립 서영오 서영호 서정창 서태경 손인식 송요훈 송일준 송형근 신기옥 신석화 신현귀 심재구 안성일 안종남 안종환 안혜란 양영호 양찬승 오상광 오성수 오영철 오진택 오창식 오현창 왕규석 우경민 원경희 유덕진 유한기 유현상 윤경진 윤미현 윤병채 윤화중 이길섭 이명재 이모현 이병국 이보경 이봉재 이순구 이승렬 이우상 이은규 이인규 이정식 이종엽 이택주 이후신 임경래 임대근 임민규 임시우 임채유 전광선 정성후 정영철 정원식 정종훈 정찬형 정창남 정형일 조능희 조수현 조순미 조정선 조형재 차상익 채규태 채환규 최병륜 최삼규 최상일 최석기 최성욱 최승호 최영길 최용익 최종대 최중억 최형종 한영식 한정우 함윤수 홍동식 홍상운 홍석진 홍성기 홍은철 홍주화 황선숙 황외진 (이상 135명, 보직자 제외)

2012년 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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