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정부기관에 재직하면서 이 기관과 관련이 있는 통신기업의 고문을 겸직, 수억원의 수상쩍은 소득을 얻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

21일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 요청안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정부 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이사장을 겸직하면서 합병 이전 KT의 자회사였던 KTF에 납품하는 통신장비 업체 글로발테크의 고문으로 재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는 실소유주가 KTF의 경영진에게 뇌물을 건네는 등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고 부실 경영으로 설립 5년 만에 폐업했다. 

비리 문제로 처벌을 받은 회사에 재직하면서 수억 원의 소득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업무 관련성이 있는 정부 기관의 비상임 이사장을 겸직한 사실이 확인돼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도덕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당에서는 이 후보자가 해당 업체의 사실상 ‘브로커’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집중 제기할 예정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이 후보자가 공직자로서의 직위를 남용했는지 여부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오늘이 이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요청안을 분석한 결과, 이 후보자는 지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4년간 ‘글로발테크’에서 재직하면서 3억여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매년 약 7900만 원을 받았고, 2009년에는 약 7000만 원을 받았다.

논란이 되는 점은 이 후보자가 재직한 당시 이 회사의 실소유자가 뇌물 혐의로 처벌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이 후보가 이 회사와 관계가 있는 정부 기관에도 재직한 점이다. 민주통합당에 따르면 와이브로 중계기 등의 통신장비를 KTF에 납품한 ‘글로발테크’의 실소유주는 전용곤씨였다.

전씨는 지난 2008년 통신기기 납품업체인 BCNe글로발 회장을 맡으면서, KTF에 중계기를 납품하기 위해 당시 조영주 KFT 사장에게 차명계좌를 통해 7억3800만 원을 건넸고 조 사장 가족들에게도 금품을 건넨(배임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인물이다. 그는 또 하청업체가 허위 물품대금 세금계산서를 꾸미게 하거나 유상증자를 명목으로 투자하게 하는 방식으로 62억 원을 가로채 사적으로 쓴 횡령 혐의도 받아, 결국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이후 ‘글로발테크’는 지난 2006년 개업한지 5년 만인 지난 2011년에 폐업했다.

이 후보자는 이 회사의 고문역을 맡는 동안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정부 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 이사장(선임 비상임이사, 2002~2008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이사장(선임 비상임이사. 2006~2010년)을 겸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에서 전파진흥원은 전파 산업 관련한 전반적인 정책을 집행하는 곳으로, 중계기가 법령에 맞게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을 경우 통신사에 제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이 후보자가 통신사에 제재를 할 수 있는 전파진흥원에서 이사장을 맡으면서, 중계기를 납품하는 회사의 고문도 맡은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전병헌 의원실 관계자는 “글로발테크는 회사가 없어질 수밖에 없는 안 좋은 일을 겪은 곳”이라며 “이계철 후보의 브로커 행위나 로비 행위에 대해 얘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통위측은 ‘글로발테크’ 재직 상황과 전파진흥원 겸직 배경 등에 대한 질문에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운영지원과 인사담당 관계자는 “실무자로서 인사청문 자료를 작성했다”면서도 “공식적으로 드릴 답변이 없다. 대변인을 통해 공식적인 답변을 들어달라”고 말했다. 방통위 대변인실 관계자는 “아는 바가 없다. 기획조정실에 물어달라”고 말했다.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업체(글로발테크)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라며 “겸직 이유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장으로 일하면서 비상근 이사로 회의에만 참석했다”며 “개인 의견으로 말하자면, 비상임 이사장을 하면서 통상적으로 다른 근무를 할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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