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금강산댐이 터지면 한강 홍수때의 10배나 되는 물이 한강제방을 넘쳐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완전히 잠기고 63빌딩의 허리까지 수마가 덮쳐온다’86년 10월의 마지막날, TV화면에서는 무시무시한 가상장면들이 쏟아져 나오고 신문들은 거의 전 지면을 수공위협으로 도배질 했다.

그래서 국민들이 ‘북괴’를 규탄하며 모은 성금이 7백44억원이다. 기업들은 뭉치돈을 내놓았고 어린애들까지 저금통을 꺼내가며 코묻은 돈을 신문사로, 방송사로 들고 달려왔다. 그렇게 해서 전인미답의 오보비용이 모아졌다. ‘평화의 댐’보도는 권력의 정보조작과 언론의 냉전시각이 만들어 낸 오보였고 그 오보로 인한 대가는 한국언론 사상 최대인 7백44억원이었다.

오보 경위는 다음과 같다. 86년 10월30일 정부는 성명을 발표, 북한이 휴전선 10km 북쪽 안변지역에 저수용량 2백만톤의 댐을 건설할 계획으로 만약 이 댐이 터지면 서울, 경기, 강원 등 한반도 허리부분이 완전히 황폐화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로부터 향후 몇달간 한반도의 남쪽은 권력과 언론이 만들어 내는 가공의 정보로 인해 가히 집단최면 상태에 빠졌다. 첫 보도가 나간지 한달만에 정부가 대응댐인 평화의 댐을 만들겠다고 발표하자 언론들은 앞다퉈 성금유치 경쟁에 나섰고 관변단체들은 연일 규탄대회를 열면서 분위기를 잡았다.

그로부터 7년후인 93년 6월 감사원이 전면특감에 들어가면서 평화의 댐은 완전히 조작된 정보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임을 밝혀냈다. 이 엄청난 오보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물론 1차 책임은 정보를 조작한 권력에게 있었다.

당시 전두환정권은 금강산댐이 전혀 위협의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 개헌정국 돌파와 88올림픽을 앞두고 위기감 조성을 위해 정보를 조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충실한 나팔수인 언론을 이용했다.

그렇다면 언론은 그 사실을 몰랐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천만의 말씀이다. 당시 언론은 정부의 정보조작 가능성을 어느 정도 감지하고 있었다. 북한의 반박성명이야 애당초 참고조차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치더라도 댐 높이나 저수량이 엉터리라는 학계의 과학적인 반론조차 의도적으로 묵살해 버렸다. 정치적 의도도 읽고 있었지만 그냥 나팔수로 자족하면 됐기에 구태여 권력의 미움을 살 필요도 없었다.

88년 워싱턴포스트지가 문제제기를 했을 때나 그해 가을 야당이 의혹을 제기했을 때도 슬쩍 변죽만 울리다가 지나가 버렸다. 그러다 정권이 바뀌고 ‘평화의 댐 의혹 파헤치기’가 시작되자 언론은 180도 태도를 돌변했다. 거품을 물고 과거의 주인이었던 옛 정권들을 짓뭉개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야릇한 반성문도 썼다. 언론의 잘못이라기 보다 군사정권의 정보조작, 통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

국민을 우롱한 권력과 언론의 합작품은 권력의 귀책사유로 남았고, 언론은 여전히 ‘양치기 소년의 늑대출현’을 반복하고 있다. 안보상업주의로인한 오보로 그 피해자가 국민 전체라는 점에서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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