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무리한 추진일정에 맞추기 위해 준비가 부실한 상태로 개국한 지역상업방송이 당분간 파행편성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부산방송을 비롯한 대구방송과 광주방송, 그리고 대전방송은 지난 14일 일제히 개국전파를 쏘아 올리며 방송을 시작했지만 편성내용은 SBS 지역국에 불과, 지역민방으로서의 위상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3면

당초 지역 상업방송은 방송사를 설립하면서 한결같이 지역에 밀착한 프로그램 제작으로 지역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를 밝히면서 많게는 32%에서 적게는 25%까지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편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자체제작 프로그램을 가장 많이 편성한 부산방송이 28.5%를 편성했을 뿐, 대구방송이 23%, 광주방송이 22%를 편성하는데 그쳤다.

또 대전방송의 경우 자체프로그램 편성 비율이 18.6%로 계열사로 운영되는 대전 MBC(14%)와 비슷한 비율을 보이고 있다. 또 이같은 편성비율마저 대부분은 프로야구를 비롯한 스포츠 중계로 메워질 것으로 보여 실질적인 자체 편성 비율은 공보처가 고시한 의무 자체 프로그램 제작비율인 15%에도 미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편성내용에 있어서도 독립방송사로서 독자적인 편성을 했다기보다는 기존 SBS 편성표에 지역프로그램을 끼워넣은 실정이다. 이들 4개 지역방송은 SBS 8시뉴스를 25분간 방송한 후 자체 뉴스를 내보내는 한편 2 SBS 아침 생활정보 프로그램인 생방송 출발 모닝와이드 도중 지역생활정보 프로그램을 내보낼 뿐 대부분의 자체 제작프로그램을 11시 이후 심야시간대나 일요일 아침에 집중 편성, 지역방송의 색깔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파행편성은 앞으로도 해결될 전망이 보이지 않고 있다. 대구방송 김병진 편성부장은 “장기적으로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30%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은 갖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역상업방송 책임자들은 광고비의 현실적인 책정만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MBC 계열사와 형평성 문제까지 얽혀있어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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