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무한도전 골수팬인 A씨는 매주 토요일 오후 본방사수를 위해 TV 앞에 앉는다. 무한도전이 방영된 이후 변하지 않은 습관이다. A씨는 무한도전의 시청률도 눈여겨본다. 무한도전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때는 시청률 상승에 일조했다고 생각해 뿌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런데 한편으론 무한도전을 많이 보면 볼수록 ‘시청률이 정말 오르긴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시청률에 관해 프로그램 제작진들의 고민은 더욱 크다. 시청률에 따라 광고수주 물량이 결정되고 결국 프로그램 존폐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최근 종합편성채널이 0%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과연 몇 명의 사람들이 종편 채널을 보고 있는지도 논란의 대상이다. 시청률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파헤쳐 본다.

무한도전 많이 보면 시청률 오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피플미터 방식으로 시청률을 조사하고 있다. 대부분 전 세계 국가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피플미터 조사 방식은 선정된 패널의 가정 TV에 전자 감응 장치를 부착해 시청자들이 어떤 프로그램을 보는지를 중앙 컴퓨터로 전달한 뒤 데이터를 분석해 시청률을 내놓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시청률 조사 회사인 AGB 닐슨미디어리서치도 피플미터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시청률 조사에서 가장 기본적인 변수는 패널 선정이다. 모든 가구의 시청률을 조사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표본을 선정하는 것인데, 닐슨미디어리서치에서는 가족수, 월소득, 케이블 가입 유무, 연령별 등을 조사를 통해 패널을 선정한다. 가구수로 보면 총 4320가구이고 사람수로는 약 1만5천명이 시청률 조사의 표본 대상이다. 4320가구는 순수 일반가정이다. 식당, 가게와 같은 곳을 패널 가구로 선정하면 데이터의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역별로는 전체 240개 시군구 중 156개 시군구에 패널을 선정한다. 지역별로 ‘제곱근 비례배분’ 방식을 통해 가중치를 두는 것도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한 가구에 미터기를 설치하면 해당 지역에서 몇 가구를 대표하는지 인구통계별 조사를 바탕으로 가중치를 입력해 지역 인구의 대표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A씨가 아무리 무한도전을 많이 보더라도 시청률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A씨와 비슷한 지역별, 연령별 등의 다양한 요소가 반영되면서 무한도전의 시청률 패턴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셈이다.

요즘에는 4~5인 가구가 줄고, 1~2인 가구가 늘면서 인구통계별 조사를 바탕으로 1~2인 가구에 가중치를 둬 가구별 대표성을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05년 인구센서스 조사에서는 전국 가구당 성원이 2.96명이었지만 점차 가구당 성원이 낮아지는 추세다.

패널로 선정된 가구에서는 가구별 뿐 아니라 개인별 시청 패턴도 조사 대상 항목이다. 일례로 50대 2명과 20대 2명으로 구성된 가구가 패널로 선정됐지만 20대 자녀 2명만 TV를 시청하게 되면 20대 시청률만 조사하게 된다. TV를 틀어놓고 자게 되면 센서가 달린 전자 감응장치가 움직임이 없다고 판단해 데이터는 빠지게 된다.

패널은 시청률을 대표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이지만 관리도 철저히 이뤄지고 있다. 리서치 회사는 TV 시청에 따른 전기요금의 일부와 무선 인터넷과 인터넷 전화 요금까지 일부 부담해준다. TV가 고장날 경우 기사가 출동해 고쳐주고, 파손이 나면 일부 수리비까지 보장해줄 뿐만 아니라 설과 추석 같은 명절에는 선물까지 보내준다. 리서치 회사 관계자는 “패널을 우리 회사의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2040세대 시청률을 높여라

광고업계에서 시청률은 투자 대비 효과를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광고업계에서는 특히 가구시청률과 전국시청율보다는 개인시청률과 수도권 시청률을 눈여겨본다. 개인시청률 안에서도 2049시청률은 광고업계 사이에서는 광고 물량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100가구 중 20가구가 시청했다면 가구시청률을 20%라고 얘기하는데 개인시청률은 몇 명이 시청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전국 개인시청률이 10%라면 인구의 10%인 약 470만 명의 사람들이 시청했다는 의미다. 따라서 가구구성원 중 1명만 시청해도 카운트되는 가구시청률은 항상 개인시청률보다 높기 마련이다. 보통 가구시청률이 개인 시청률보다 2.5~3배 높다.

2049시청률은 개인 시청률 중에서도 20, 30, 40대의 시청률을 별도로 산출한 수치다. 광고주들이 전국시청율보다는 수도권 시청율에 주목하고 개인시청율 중에서도 2049시청률에 주목하는 이유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20~40대의 계층이 광고를 통해 직접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들도 2049시청률을 주요 지표로 도입하고 있다. 같은 10% 가구 시청률을 기록하더라도 2049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이 많으면 그만큼 광고 수주액이 늘어나고, 프로그램 화제에 있어 파급력도 크기 때문이다.

일례로 현재 최고 인기를 얻고 있는 MBC의 <해를 품은 달>과 지난해 인기를 얻었던 KBS <웃어라 동해야>, SBS <시크릿 가든>은 모두 가구시청률로 30%를 넘었지만, 2049시청률에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가 조사한 지난 2일자 <해를 품은 달>의 가구시청률은 40.5%에 달했지만 2049시청률은 18.4%를 기록했다. 약 2배 넘게 차이가 나는 셈이다. <웃어라 동해야>의 경우 지난해 1월 20일 가구시청률은 34.1%였지만 2049시청률은 7.3%를 기록해 약 4배 넘게 차이가 났다. <시크릿가든>의 경우 지난해 1월 9일 가구시청률은 33.0%로 나왔고, 2049시청률은 17.3%로 나와 약 2배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방송사들이 젊은 층을 타깃으로 드라마나 기획프로그램을 제작해 승부를 보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도 2049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제발 채널을 돌리지 마세요

방송사들이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전통적인 전략은 황금시간대 인기 드라마를 배치하고 다음 프로그램까지 시청률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보통 지상파 방송사들은 뉴스 시간 이전 인기드라마를 배치해 자사의 간판 프로그램인 뉴스로 시청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미국과 같이 광고없이 다음 프로그램으로 넘어가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광고 집행 방식이 달라 불가능하다.

그래서 편법으로 도입한 것이 ‘리빙앤드크레딧’ 방식이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 크레딧이 올라가는 도중에 뮤직비디오를 방영하거나 NG 장면이나 예고편을 내보내 끝까지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아끌고 다음 프로그램까지 시청을 이어가게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같은 방안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콘텐츠가 없이는 지상파 방송사 역시 시청률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것이 리서치 회사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아직 미미하지만 종편 채널이 앞다퉈 예능 프로와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드라마를 내놓고 있고, 케이블 방송이 해외 판권을 사들이면서까지 실험적인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데 지상파 방송사들이 채널 프리미엄만 믿고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리서치 회사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에 인색하다. 창의력이라도 없으면 베끼기라도 해야 하는데 일본 프로그램을 배끼기에 바쁜 상황”이라며 “TV 시청은 ‘습관’으로 굳어져있기 때문에 쉽게 변하지는 않지만, 한번 변하기 시작하면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편 0%대 시청률…콘텐츠 차별화가 관건

개국 이후 0%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 종편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습관’을 깨기 위한 노력이 부족해 시청률 상승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경우다.

지 난 6일자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시청률을 보면 1%대를 기록하고 있는 종편 프로그램은 MBN의 <뉴스M>, JTBC 월화미니시리즈 <빠담빠담>, 개국특집주말특별기획 <인수대비>, TV조선의 창사특집월화드라마 <한반도> 등 4편이 유일하다. 나머지 프로그램은 0.006%부터 시작해 1% 시청률도 미치지 못했다.

종 편의 낮은 시청률을 두고 홍보 부족을 꼽는 분석이 많다. 흔히 종편 개국 이후 행보를 두고 비교되는 대상은 SBS다. 지난 1991년 개국 당시 SBS는 3개월 시험 방송을 한 후 약 6개월 동안 홍보에 치중했다. 반면 종편의 경우 지난해 12월 1일 개국한 이후 개국 드라마를 편성해 초반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려고 했지만 방송사고가 나도 모를 정도로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홍보력 부재와 함께 방송사업자로서 위상을 보여줄 수 있는 채널의 성격과 이미지도 확립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종편 내부적으로 보면 아직까지도 어떤 내용으로 콘텐츠 포션을 가져갈 것인지 정해지지 않은 곳이 많다”고 꼬집고 “지상파 같은 물량을 투여해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TV 시청은 습관인데, 습관을 깰 기회조차 주지 않고 코 흘리는 애한테 코를 흘리지 마라고 하면 되겠느냐”라고 말했다.

결국 시청률은 시청자들의 굳어진 습관 패턴을 유지시키고, 어떻게 변화시키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시청률 경쟁에서 살아남는 일이라는 것이다.

AGB 닐슨미디어리서치 황성연 선임차장은 “슈퍼스타K의 경우 지상파 방송들이 음악 프로그램으로 런칭할 정도로 성공한 케이스”라며 “1년에 한 시즌별로 가는 시도로는 슈퍼스타K가 처음이다. 시즌 3까지 시청률을 보면 그 전 시즌 시청률에서부터 시작하는 ‘계단 효과’를 보이고 있다. 시청자들이 색깔을 확실히 각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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