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가 정부 비판적인 지상파 라디오 방송에 대해 처음으로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심의 대상에 올릴 예정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심의 안건에 올라간 지상파 라디오는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으로 본격 시사토크를 다루는 보도시사교양물이다. <김미화의 여러분은>은 지난 1월 5일 ‘여러분이 만난 사람’이란 코너에서 팟캐스트 <나는꼽사리다> 진행자인 선대인 경제전략연구소장과 우석훈 2.1 연구소장을 초대해 소값하락 사태, 물가정책, 부동산 정책 등 정부의 경제 정책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비판적인 의견을 제기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5일자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에 대해 지난 7일 보도교양특별위원회 심의 검토 자문을 거쳤고, 오는 15일 방송소위원회에 심의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문제는 해당 방송의 문제를 지적해 심의 안건으로 올린 주체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상파 라디오팀이라는 것이다.

지난 2008년 출범 이후 방송통신심의위는 정부 비판과 관련한 공정성 심의에 대해서는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자체 판단에 따라 100% 민원을 받고 처리해왔다.

지난해 연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출범 이후 지상파 라디오의 공정성 심의 건수는 9건으로 모두 민원이 제기된 경우다. 지상파 TV 공정성 심의 역시 총27건으로 민원으로 처리된 건수는 24건이고, 모니터를 통해 심의 안건에 오른 3건 역시 정부 비판 내용이 문제가 된 경우가 아니라 방송사가 직접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에 대해 일방적으로 보도를 하면서 문제가 된 경우다.

이번 심의를 둘러싸고 보도교양특별위원회 내부에서도 사무처 자체 모니터를 통해 공정성 심의 안건이 올라온 경우가 없었다며 정치적 중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고 안건 대상으로 올릴지 여부에 대해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교양특별위원회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공정성 관련 사안을 시청자 민원 제기도 없는 상황에서 사무처가 안건을 상정해 특별위원회 회의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지상파 방송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정부를 비판해왔던 라디오에 대해 본격적으로 손을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불거질 것을 보인다.

보도교양특별위원회 관계자는 "민원이 제기되면 어쩔 수 없이 올리는 경우가 있지만 공정성 심의에 관련해서는 내부적으로 건드리기 어려운 영역이다"면서 "이번 심의는 지상파 TV의 경우 정부 비판적인 프로그램이나 PD들이 대부분 빠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정부 비판적인 내용이 강한 지상파 라디오에 대해 본격적으로 손을 보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심의위원은 "원칙상 공정성 문제는 논쟁의 영역이지 심의 영역이 아니다"면서 "김미화씨가 진행하는 것인만큼 방송통신심의위 자체적으로 집중 모니터하지 않았을까라는 심증은 간다"고 말했다.

반면 지상파 라디오팀 관계자는 "소값 하락과 관련한 발언 중 사육소 증가로 인해 소값이 하락하는 것이 잘 알려진 사실인데 아직 체결되지도 않은 한미 FTA의 영향으로 이미 예견됐다는 자기 주관적인 입장을 피력해 객관적 사실과 배치된 부분이 있다"며 "400여명의 모니터 요원들이 있는데 공정성 심의와 관련해 민원으로만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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