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박정근(24)씨를 만났다.

이제야 고백한다. 북한계정 <우리민족끼리>를 리트윗했다는 이유로 경찰의 국가보안법 위반 수사를 받고 있다는 박씨를 만나면서 느낀 감정은 '흥미'였다. 그가 받고 있는 혐의(?)가 워낙 상식 밖이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직접 마주하고서도 그의 혐의가 절대  죄로 입증될 수 없다는 확신도 들었다. '설마 이걸로 감옥이야 가겠어'라고 생각했다.
 
당시 그를 만나고 썼던 인터뷰 기사 부제목도 '수상쩍은 박정근씨'였다. 박씨가 부당하게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게 끝일 줄 알았다. 흥미의 감정이 참담하다는 감정으로까지 바뀌기 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불과 3개월 후 박씨는 정말로 차디찬 감옥에 갇혀버렸다.
 
검찰은 지난 1월 그를 구속시켰다. 예상을 깨고 구속적부심 청구도 기각되더니 기소까지 돼버렸다. 이제 그는 피의자 신분으로 재판장에 서서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와 있다.
 
그는 정말 감옥에 갈 정도의 죄를 지었을까? 그를 변호하고 있는 이광철 변호사는 "말도 안되는 사건"이라고 지적한다.
 
국가보안법상 찬양 고무죄. 박씨가 위반했다는 조항 제7조(찬양 고무등)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다.
 
다음은 검찰이 밝힌 박씨의 범죄 사실 요지다.
 
"우리 민족끼리 사이트, 트위터, 유튜브 등에 접속, 이적 표현물 384건을 취득·반포하고, 북한 주의·주장에 동조하는 글 200건을 작성 팔로어들에게 반포하였으며, 학습을 위하여 이적 표현물인 북한 원전 ‘사회주의문화건설리론’을 취득 보관함.”
 
지금도 누구나 우리민족끼리 계정을 팔로워(취득)할 수 있다. 트윗에서 '우리민족끼리'를 검색하면 10일 기준으로 우리민족끼리의 팔로워는 1만1501명이다. 박씨가 국가보안법상 찬양 고무 죄라면 만 명이 넘는 사람도 이적표현물을 '취득'하는 범죄 행위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박씨가 '장난삼아' 했던 멘션이 국가보안법상 이적 행위라는 것은 더욱이 말이 안된다. 박씨가 보낸 멘션 중에는 심지어 북에서 국가원수 모독죄에 해당될 수준의 욕설과 비아냥까지 담겨 있다. 박씨가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북을 찬양, 고무, 선전했다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박씨를 변호하고 있는 이광철 변호사는 요즘 진땀을 흘리고 있다. LA타임즈, 뉴욕타임즈, 알자리라 등 외신 기자들이 '박씨가 김정일, 김정은을 욕했다고 하는데 국가보안법 위반은 찬양 고무죄 아닌가요?'라고 물으면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박씨에게 죄가 있다면 그의 죄를 캐묻는 국가권력에 절대 머리를 숙이지 않았다는 것뿐이다.
 
박씨는 지난해 경찰 수사를 받는 도중에도 우리민족끼리를 리트윗을 했다고 한다. 농담을 해도 잡아가는 국가보안법이라면 차라리 폐지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 박씨의 생각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시내 한복판에서 국가보안법을 조롱하는 파티를 벌이는 대담함(?)을 보였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도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구속이 돼서도 박씨는 자신에게 유리할 수 있는 반북 성향의 표현물을 증거로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박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사회당원 여부 혹은 장난이나 패러디 여부와 관계없이 국보법에 위배되는 행위 그 자체로서 기소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아무리 박씨가 장난삼아, 농담삼아 트윗을 했다고 떠들어댄들 국가보안법을 들이대면 '간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검찰의 논리다.
 
이번 박정근씨 사건을 '반북 프레임'에 갇혀 국가보안법 적용이 잘못됐다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제2의 박정근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정근씨 사건은 국가권력이 국가 안보를 내세워 표현의 자유를 외치는 한 시민을 철저히 짓밟았다는 데 본질이 있는 것이다.
 
박정근씨 사건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언론이 부당한 국가권력 침해 문제를 얼마나 외면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점이다.
 
박씨 사건은 단 한번도 방송 전파를 타지 못했다. 외신들이 박씨를 '풍자 예술가'로 표현하고 한국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는 기사를 내보고 있는데 말이다.
 
이명박 정부의 국격을 논할 수 있는 언론이라면 최소한 "이번 사건은 국가 안보에 관한 사건이 아니라 한국 정부가 풍자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데 따른 안타까운 사건"이라는 국제엠네스티의 성명이 왜 나왔는지 고민해볼 대목이다.
 
박씨 사건은 우리 사회의 무관심이 낳은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요즘 영화 <도가니>에 이어 <부러진화살>에 많은 시민들이 열광하고 있다. 사법부에 맞서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개인의 이야기다. 시쳇말로 '쫄지마'라는 유행어를 낳았던 '나는꼼수다'의 인기도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그런데 절대 '쫄지 않았던' 박씨는 지금 옥에 갇혀 있다. 국가권력에 대항하는 투사는 아닐지라도 희생양은 되지 말자는 구호가 조금은 허망하게 들리지 않는가?
 
박씨가 끝내 처벌이 된다면 '웃자로 한 일에 죽자고 덤벼드는' 국가권력이 어느새 우리 앞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묻고 싶다. 아니 물어야 한다. 옥에 갇힌 박씨를 향해서…
 
"박정근씨, 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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