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정 아나운서를 보고)완전 이쁘다"
"와! 오상진도 있어"

이에 질세라 김완태 MBC 아나운서가 팔을 벌려 "MBC를 따뜻하게 안아주세요"라며 포옹을 청했다.

지난달 25일 제작거부 이후 파업에 돌입한 MBC 노동조합이 시민접촉면을 확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난 3일 명동 일대에서 거리 선전전을 진행한 MBC 노동조합이 10일 다시 시민들과 만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이날 MBC 조합원 150여명은 조를 나눠 광화문, 홍대, 신촌, 여의도, 강남, 신도림, 사당, 용산 등 서울 시내 주요 지하철역 부근에서 "국민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MBC를 안아달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프리허그 행사를 펼쳤다.

특히 신촌 일대에서 진행된 프리허그 행사에는 MBC 간판 얼굴인 아나운서를 특별 배치해 젊은이들을 공략하는 전략을 세웠다.

신촌 현대 백화점 앞에서 진행된 프리허그 행사에는 신동진 아나운서, 김완태 아나운서 등 중견 아나운서를 비롯해 김나진, 손정은, 김정근, 최현정, 하지은, 김경화 아나운서, 오승훈, 김대호 신입 아나운서까지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17년차인 김완태 아나운서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국민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MBC가 되도록 하겠다"고 외치며 MBC 파업 지지를 부탁했다.

김완태 아나운서는 시민들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맨 처음에는 시민들이 안기에 쑥스러워하면서도 끝에 가서는 MBC 힘내라고 파이팅을 외쳐주신다"고 말했다. 김 아나운서는 하지만 "저희가 거리에 나와서 왜 따뜻하게 안아달라고 하는지에 대한 의미와 파업에 대해 좀 더 깊은 내용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근 아나운서도 "시민과 만나보면 왜 파업을 하느냐고 묻고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햇다.

 

제작 거부로 프로그램 제작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MBC 파업이 진행 중이라는 것은 알지만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왜' 파업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상황이다. MBC 노동조합이 파업이 장기화되면 될수록 시민과 접촉면을 늘려 파업의 정당성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이유다.

김완태 아나운서는 특히 "메이저 방송사들이 MBC 파업을 외면하면서 알려지지 않고 있는데 그럴수록 우리의 파업이 왜 정당하는가를 알리고 싶다"며 "이유 없는 파업, 먹고 살자고 하는 파업이 아니라 공영방송이 되기 위한 투쟁이다. 24시간 밖에서 떨더라도 끄떡없다"고 말했다.

이날 거리에 배포된 전단지도 눈길을 끌었다. 전단지에는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김재철 사장의 사진이 내걸렸다.

전단지에서는 "공영방송 MBC 사장님이 벌써 열흘 넘게 행방불명이다. 비서도, 본부장도, 부사장도 사장님의 거취를 모른다고 한다. MBC 상급기관인 방통위원이 면담을 요청해도 전혀 연락조차 안된다"며 MBC 파업에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김 사장의 행보를 비판했다.

전단지는 이어 "사장님은 평소 공정방송 하지 못하면 나를 한강에 매달아서 버리라고 공언했다"며 "그런데 최근 언론학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MBC 보도가 불공정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장님의 신변에 변고가 생긴 게 아닐까 심히 걱정된다"고 꼬집었다. 

 

아나운서들의 거리 출현에 시민들의 호응도 컸다. 예능 프로 진행을 맡아 낯이 익숙한 오상진 아나운서 등 자신이 좋아하는 아나운서와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서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송승현(33)씨는 "파업 중인 기자들이 만든 '제대로된 뉴스데스크'를 보면서 KBS, SBS 뉴스들과 지금까지 MBC 뉴스가 어떻게 달랐는지, 사장 교체 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해졌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방송기자들이 기존 미디어가 아니라 대안 매체인 인터넷을 찾아 뉴스를 전달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고 말했다.

대학원을 준비 중이라는 서동민(24)씨는 "사실 무한도전을 즐겨보는데 본방이 결방되면서 MBC 파업에 대한 문제인식을 조금 느끼고 있었다"면서 "잘 몰랐던 부분이었는데 직접 만나서 보니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도 MBC 파업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윤(25)씨는 "MBC 뉴스가 언젠가부터 옛날 같지 않고 자꾸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도 "(하지만)솔직히 인터넷에서 파업 소식을 접했을 때 크게 와닿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하지만 "거리에 나온 아나운서들을 보고 정말 절실하구,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느꼈고, 관심이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20년차 신동진 아나운서는 시민들의 관심을 호소하면서 동시에 MBC 조합원들의 결속력을 강조했다.

신 아나운서는 "예전 파업과 달리 조합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점점 동료의식도 깊어지고 결속력도 다져지고 있다. 장기 파업이 될 것을 각오하고 있다. 초반부터 너무 힘빼지 않고 승리하는 파업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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