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사는 윤아무개씨(29)는 얼마전 자신이 살고있는 오피스텔 입구에서 한바탕 승강이를 벌였다. 윤씨가 오피스텔로 들어서려는데 KBS 드라마 제작팀이 드라마 촬영중이라며 윤씨를 막아선 것이다. 윤씨는 최근 자신이 사는 오피스텔에서 프로그램 녹화가 너무 자주 있는데 화가 나 제작진에 항의하다 가벼운 몸싸움도 벌였다.

윤씨는 누구 마음대로 오피스텔 입구를 막고 촬영을 하느냐고 따졌지만 촬영팀은 이미 관리사무소의 허가를 받았다면서 한사코 윤씨의 출입을 막았다. 윤씨는 분통을 터트렸지만 결국 촬영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방송사가 몰려있는 여의도에서는 최근 방송 프로그램 촬영이 빈번하게 이뤄지면서 여의도가 대형 드라마 제작 세트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낮이든 밤이든 여의도에서 촬영 장면을 보는 일이 이미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재 방송하고 있는 프로그램 중에도 MBC의 <사랑을 기억하세요>에는 여의도가 자주 등장한다. 또 얼마전에 끝난 SBS 아침드라마 <그대의 창>도 여의도가 주요 촬영 장소였다. 드라마의 무대로 여의도를 자주 이용하는 이유는 대규모 인원이 움직이는 야외촬영의 경우 먼곳으로 움직일수록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 장소선정의 어려움과 차량비용이 추가되는 것도 무시할수 없는 요인이다. 게다가 연예인들의 중복출연이 잦아지면서 다른 프로그램의 제작시간을 맞춰줘야 하는 것도 여의도에서 촬영을 많이 하는 이유로 꼽힌다.

최근에는 아예 방송사안에서 촬영을 하는 경우까지 늘어나고 있다. SBS 드라마 <댁의 남편은 어떠십니까>의 경우 SBS 사옥과 여의도에 있는 인근 사옥 하나를 남편의 직장으로 선정, 촬영을 한 바 있다. 또 같은 SBS의 시트콤 <사랑은 생방송>에서 방송사 사옥으로 나온 건물도 여의도에 있는 빌딩이었다.

여의도의 방송 세트장화는 연예 오락 프로그램의 경우 더욱 심해진다. 장기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고정 세트가 아니라 간단한 콩트물을 촬영할수있는 배경이 필요하다보니 코미디 제작진들은 멀리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특히 여의도 광장과 한강 고수부지, 그리고 방송사를 낀 골목길은 거의 매주 방송을 타고있는 실정이다. MBC <일요일 일요일밤>의 ‘TV 인생극장’이나 SBS의 등 오락프로그램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여의도에서 콩트를 촬영한다. MBC <경찰청 사람들>도 여의도를 자주 애용하고 있다.

이처럼 여의도가 세트장화하는 현상에 대해 제작진들은 한결같이 섭외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SBS TV 제작국의 한 프로듀서는 “자기가 사는 건물이나 집이 방송에 나오는 것을 커다란 행운으로 생각하던 시절에는 섭외하기가 쉬웠다. 하지만 요즘은 자기주변에서 녹화하는 것을 대부분 귀찮게 생각하기 때문에 방송제작에 대한 이해가 높은 여의도를 많이 이용한다.”고 말한다.

이에대해 여의도 세트장화의 이유는 제작진의 편의주의 때문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MBC의 한 중견 프로듀서는 “과거에는 프로듀서들이 새로우면서도 내용에 적합한 곳을 찾아 백방으로 쫓아 다녔는데 요즘은 자기가 알고있는 곳 중에 적당한 곳을 찾고있다. 방송사 사옥이 몰려있는 여의도는 모든 프로듀서의 머릿속에 있는 곳이다 보니 자주 촬영장으로 이용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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