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지사 후보들이 때아닌 고민에 빠졌다. 본의 아니게 하루에 두번씩이나 언론사 초청 토론회에 나서야 할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상룡(민자당) 이봉모(민주당) 최각규(자민련)후보 등 도지사에 출마한 세후보는 오는 12일 오전 10시 강원일보와 강원지구 JC(청년회의소)가 공동주최하는 토론회에 이어 같은날 오후 2시 강원도민일보와 춘천, 원주, 강릉, 삼척MBC가 공동주최하는 토론회에 참석해야 한다.

후보들로서야 얼굴 알리기 바쁜 판에 언론사가 주최하는 토론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같은날 같은 지역에서 그것도 유사한 내용으로 진행되는 토론회에 연달아 참석하려니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이들 후보들은 언론에 좋지 않게 보여봤자 득될게 없다는 생각에선지 내놓고 불평을 하지는 않지만 토론회 참석 및 준비 때문에 다른 일정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는데 상당한 부담을 갖고 있는 듯하다.

후보자들이야 또 그렇다 치더라도 강원도 지역 독자들은 같은 날 같은 후보들의 비슷한 토론내용이 담긴 신문을 봐야 한다. 도민을 위해 일을 할 참일꾼이 누구인가를 선택해야하는 도민들로서는 강원도내 두 신문이 조금 시간적 여유를 갖고 차분히 후보자들의 면면을 검증해 주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생겼는가. 두사의 주장이 서로 다르다. 강원일보측은 강원도민일보에 앞서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는데 뒤늦게 강원도민일보가 끼어들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도민일보측은 거꾸로 강원일보가 무리하게 끼어들었다고 주장한다.

이미 토론회 일정이 잡혀있는 상황에서 뒤늦게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또 두 신문사가 경쟁적으로 좋은 지면을 만들어 독자들에게 서비스를 하겠다면 말릴 이유도 없다. 그런점에서 언론사간 경쟁은 상호 발전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반드시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는 후보검증의 기회가 지역 언론사들의 지나친 경쟁의식으로 자칫 소홀해지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늦고 빠르고 보다는 깊이있고 충실한 보도가 요망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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