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가 정봉주 전 의원의 대법원 판결에 대해 ‘형평성 논란이 있다’는 시사인 이숙이 정치팀장의 발언을 문제 삼아 심의 대상 안건에 올려 논란이 예상된다.

방송통신심의위가 심의 안건에 올린 방송은 생방송 MBC <오늘의아침>이란 프로그램으로 주부들을 대상으로 정보성 내용과 전날 이슈가 됐던 뉴스를 정리한 내용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MBC <오늘의아침>은 이명박 대통령의 BBK 사건 관련 의혹을 제기한 정봉주 전 의원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대법원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된 뉴스를 전했다.

약 1분 가량 진행된 뉴스에서 구속 수감되는 정봉주 전 의원의 모습을 내보낸 후 패널로 출연한 시사인 정치팀장 이숙이 기자는 'BBK 사건과 관련 비슷한 혐의로 기소유예된 사람이 있고 무혐의를 받은 사람이 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유죄 판결을 받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는 코멘트를 달았다.

방송통신심의위는 8일 방송소위 회의를 열어 '이숙이 기자의 발언은 형평성을 잃었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며 MBC <오늘의아침>을 심의 대상 안건에 올렸다.

정봉주 전 의원 유죄 판결 이후 많은 언론사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심지어 원희룡,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까지도 형평성 논란을 제기했는데, '형평성 논란이 있다'는 객관적 사실을 전한 발언까지도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해석상 오해의 소지가 있어 심의를 해야 한다는 내용도 문제지만 심의 조건 자체도 충족시키지 못해 무리하게 심의 대상에 올렸다는 비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MBC<오늘의아침>이 심의 대상에 오른 것은 민원인 접수에 따른 것이다. 민원인은 '다른 사람은 어떤 내용으로 무죄가 되고, 정 전 의원은 왜 유죄가 됐는지 사실관계를 알려줄 필요가 있음에도 이숙이 기자가 본질을 흐리고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면서 해당 프로에 대해 심의 안건으로 다뤄주라고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방송에서 이숙이 기자는 형평성 논란이 있다고 했을 뿐 '대법원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 애초부터 사실관계가 맞지 않아 민원 자체가 성립될 수 없는데도 심의 대상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방송소위 회의에서 여당 추천위원들은 해당 프로그램을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급기야 "형평성을 잃었다는 발언으로 느낌이 온다"(권혁부 소위원회 위원장)며 제재를 주장하면서 거센 반발을 일으켰다.

야당 추천 장낙인 위원은 "민원 자체에 대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심의를 하자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이숙이 기자가 그런 말을 언급한 적이 없다'며 "어떻게 이 기자 마음속으로 들어가서 판단하겠다는 것이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권 위원장은 "형평성 논란이 있다고 던져주면 시청자는 정봉주가 억울한 일이 있겠구나 생각하지 않겠나"라며 "주부들을 상대로 한 프로그램이라는 해명은 구차한 변명이다. (정 전 의원이 구속된 것은)제3의 힘이 작용한 결과라고 시청자들이 오판하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권 위원장의 제재 주장에 MBC 오늘의아침 제작진은 의견진술을 통해 이례적으로 반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MBC오늘의아침 시사교양3부 한학수 차장은 "이숙이 기자 발언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다. 객관적 사실에 대해서 있다고 했을 뿐"이라며 "이것에 대해서 민원인 주장처럼 제기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토로했다.

결국 방송소위원회에서는 '문제없다'는 의견이 2명, 의견제시 및 권고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3명이 나왔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전체회의에서 제재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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