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서울시장 후보의 ‘1억 피부클리닉’ 논란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시사인 기자협회가 6일 성명을 내어 “경찰, 거대언론, 여당은 철지난 언론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시사인은 ‘나경원법’을 발의한 새누리당 정옥임 의원에 대한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인은 6일 이날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한 최신호(230호) 기사 <동영상엔 눈 감고 ‘나경원법’에 올인> 하단에 성명을 덧붙여 공개했다. 시사인 기자협회는 '경찰·거대언론·여당은 시사IN에 대한 언론 탄압 중단하라'는 성명에서 “언론 자유를 뒤흔드는 경찰·거대언론·여당의 마녀사냥이 판치고 있다”며 △시사인 기자에 대한 경찰의 체포영장 신청 시도 중단 △조선·동아·MBC의 정정 및 반론보도 등을 요구했다.

시사인은 “핵심 당사자가 경찰에 출석해 조사에 응하고 자료를 제출했음에도 경찰이 또 다른 기자에게 체포 영장을 신청한 것은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는 언론 탄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수사에 협조중인 언론사를 상대로 경찰이 체포 영장을 신청한 것은 명백한 권력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시사인은 또 경찰의 발표를 토대로 시사인의 보도를 ‘허위사실’로 지목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MBC 등에 대해 “이들 언론 대다수가 시사IN에 사실 관계를 확인하거나 반론보도 여부를 묻지 않았다”며 “같은 언론인으로서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옥임 (가칭)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했다고 밝힌 ‘나경원법’에 대해서는 “조소를 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시사인은 “현 정부 말기에 이르러 권력실세의 비리와 횡포가 속속 드러나는 마당에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나경원법 발의는 시대를 거꾸로 거스르는 행위”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시사인은 ‘나경원법’을 발의했다고 밝힌 (가칭)새누리당 정옥임 의원(비례대표)을 형사고발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억 피부과’ 의혹을 보도한 시사인을 ‘악의적 흑색보도’의 진원으로 지목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다.

앞서 5일 정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어 선거에 앞서 허위사실을 신문이나 방송, SNS를 포함한 인터넷을 통해 유포할 경우 “벌금형을 제외하고 징역형으로 가중처벌하는 소위 ‘나경원법(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고 3일 밝혔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은 6일 주요 언론에 보도됐다.

정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나 후보의 ‘1억 피부클리닉’ 출입 의혹을 “모 시사주간지”가 보도하고 ‘나꼼수’가 확대재생산한 것이 “선거패배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 의원은 최근 경찰이 발표한 ‘중간 수사결과’ 내용을 인용해 “나경원 후보가 악의적 흑색보도·선전의 희생양이 되었음이 증명되었다”며 사실상 시사인을 ‘허위사실 유포자’로 지목했다. 그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관련자는 주로 벌금형을 받는 고질적 병폐”를 이유로 들어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시사인 정희상 기자는 6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서 “경찰도 밝혔듯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처럼) 수사의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시사인의 보도를) 허위보도라고 매도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말했다. 그는 “법률적 검토는 끝났다”며 “명예훼손에 대한 책임을 묻고, 정정보도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사인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MBC 등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나경원법’은 정 의원 측이 5일 공개한대로 3일이 아니라 6일 발의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옥임 의원실 관계자는 6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3일 발의를 할 계획으로 보도자료를 작성해 놓았는데 (발의가 늦어지면서) 날짜를 고치지 않은 것 같다”며 “조금 전에 발의를 완료했다”고 해명했다. 정 의원이 3일 발의한 법안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었다.

따라서 정 의원 측의 보도자료를 인용한 상당수의 언론도 오보를 낸 셈이 됐다. 연합뉴스는 5일 정 의원이 나경원법을 “발의했다고 밝혔다”고 넘어갔지만, 뉴스1은 “(정 의원이) 이른바 ‘나경원법(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을 3일 발의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등 극소수 언론을 제외하고 한겨레와 아시아경제 등 상당수의 언론도 지면과 인터넷에서 이같이 보도했다. 정 의원 측이 보도자료를 낸 게 5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한편 시사인은 최신호(230호)에서 <나경원 피부클리닉의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특집 기사를 게재해 경찰의 발표와 일부 언론의 보도에 적극 대응하고 나섰다. 시사인은 문제의 ‘ㄷ클리닉’ 원장의 동료가 운영하고 있다는 서울 강남의 한 피부클리닉에 ‘잠입’해 ‘ㄷ클리닉‘의 연회비는 1억원이 맞다는 원장의 증언 등을 보도했다. 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대해서도 ’적반하장‘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아래는 시사인 기자협회가 낸 성명 전문이다.

경찰·거대언론·여당은 <시사IN>에 대한 언론 탄압 중단하라

1. 언론 자유를 뒤흔드는 경찰·거대언론·여당의 마녀사냥이 판치고 있다. 

2. 경찰이 최근 나경원 억대 피부클리닉 출입 논란을 취재한 <시사IN> 기자를 상대로 체포 영장을 신청했다 기각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는 나경원 전 의원 측이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선거 당시 억대 피부클리닉 출입 기사를 쓴 <시사IN> 기자 3명, 이를 보도한 타사 기자, 민주통합당 우상호 전략홍보본부장 등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형사고발한 데 따른 경찰의 조치다.

3. 그러나 <시사IN>은 이미 지난해 12월 관련 취재를 총괄한 기자가 경찰에 출석해 6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조사 과정에서 <시사IN>은 취재 녹취록 4장 등 언론사로서 경찰의 수사에  필요한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이처럼 핵심 당사자가 경찰에 출석해 조사에 응하고 자료를 제출했음에도 경찰이 또 다른 기자에게 체포 영장을 신청한 것은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는 언론 탄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수사에 협조중인 언론사를 상대로 경찰이 체포 영장을 신청한 것은 명백한 권력남용이기도 하다.
 
4. 또한 조선일보, 동아일보, MBC 등 거대언론은 1월30일 “나경원 의원이 출입한 피부클리닉의 비용은 최대 3000만원 선이다”라는 경찰 발표만을 토대로 <시사IN> 보도를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였다. 조선, 동아 등은 경찰 발표 이후에도 관련 보도를 쏟아내며, 이를 엄벌할 수 있는 나경원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사설을 통해 “허위사실의 근원지 역할을 한 언론매체는 징벌적 벌금을 부과해 회사가 망하게 해야 한다”라는 저주도 서슴지 않았다.
 
놀라운 것은 보도 과정에서 이들 언론 대다수가 <시사IN>에 사실 관계를 확인하거나 반론보도 여부를 묻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시사IN>이 2월1일 경찰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피부클리닉 원장의 육성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조선일보는 <시사IN>이 경찰에 녹취록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가 급히 기사를 수정하는 촌극을 벌였다.
     
한 언론사의 존망이 걸린 사안을 보도하면서 언론으로서 기본 중의 기본인 크로스체킹을 무시한 이들 언론의 행태에 같은 언론인으로서 개탄을 금할 수 없다.
 
5. 여당 일각에서 추진하고 있는 소위 ‘나경원법’에 대해서도 조소를 금할 수 없다. 이 법안은 선거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자에 대해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만으로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 정부 말기에 이르러 권력실세의 비리와 횡포가 속속 드러나는 마당에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나경원법 발의는 시대를 거꾸로 거스르는 행위다.

하필이면 시점도 총선을 불과 두달여 앞둔 때다. 지금 벌이지는 경찰, 거대언론, 여당의 협공에 짙은 어둠의 냄새가 나는 까닭이다. 경찰, 거대언론, 여당은 철지난 언론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이에 <시사IN> 기자협회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경찰은 <시사IN> 기자에 대한 체포 영장 신청 시도를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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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조선·동아·MBC 등 거대언론은 <시사IN>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보도에 대해 사과하고, 정정 및 반론보도하라.  
 
3. <시사IN> 기자협회는 언론자유를 말살하려는 일체의 움직임에 맞서 관련 단체와 힘을 합쳐 싸워나갈 것이다.

<시사IN> 기자협회 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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