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송통신심의위) 위원장이 3일 목동 인근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방송통신심의위의 향후 조직 개편과 관련 "예산이 독립돼 있어야 하고, 행정명령도 직접 발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민간기구로 돼 있는 방통심의위 조직을 행정기구로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행정기구로 위상 높여 심의 강화?

박 위원장은 방송통신위원회 개편과 맞물려 방송통신심의위의 조직도 손을 봐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조직개편은 민간으로 할 게 아니라 심의도 정부 기구화하고 예산상의 독립도 해서 중앙선관위처럼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중립, 독립이 유지되도록 기구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방통심의위는 신고나 자체 모니터를 통해 불법정보로 판단되면 '시정요구'만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위상이 민간기구이기 때문에 직접 게시물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지만 사실상 행정기구로서 조치를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어 헌법재판소의 위헌 소송도 제기된 상황이다.

방통심의위가 행정기구화되면서 법적인 문제를 해소할 뿐 아니라 방송통신심의위의 심의의 구속력이 강화될 수 있다.

박 위원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판단하고 제재하는 기관을 지금처럼 운영해서는 국민들에게 설득력도 떨어지고 권위도 서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현재 여야 추천으로 심의위원이 위촉되는 체계 역시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추천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방송통신 심의 과정에서 정파성을 쫓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문제"라고 말했다.

'나는꼼수다' 규제 가능

팟캐스트 ‘나는꼼수다’의 심의 여부와 관련해서는 정보통신망법으로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위원장은 "나꼼수는 방송사업자가 아니라서 심의를 못한다"면서도 "(나꼼수에서)비난 받은 사람이 권리구제를 요청해야 한다"고 말해 명예훼손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신고를 통해 충분히 심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박 위원장은 특히 나꼼수가 심의 대상이 되려면 인터넷 방송을 ‘유사방송’으로 규정하는 대통령령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 개정을 통해 상시적으로 심의 대상에 올릴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은 셈이다. 방송법 32조에 따르면 전기통신회선을 통해 공개를 목적으로 유통되는 정보 중 대통령령이 방송과 유사한 것으로 정하는 정보에 대해서는 방통심의위가 공정성과 공공성을 심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나꼼수와 같은 인터넷 파일은 유사방송이 아니라 인터넷 정보에 해당되기 때문에 방송법상 심의 대상이 아니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예산 심의에 첨석해서도 팟캐스트 나꼼수 심의에 대해 "정보통신망법으로 심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방송통신심의위도 "'나는 꼼수다'는 정보통신망법에서 정하고 있는 음란, 명예훼손, 사이버스토킹, 해킹 및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방조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을 경우에 심의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SNS를 전담해 심의하는 뉴미디어정보심의팀를 신설하고 최근 SNS 자진 삭제 경고제를 도입하는 등 여론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는 "여론형성과 불법행위가 무슨 상관이냐, 불법만 위축되는 것"이라며 "대화의 공간을 넓히는 것은 중요하지만 불법 행위를 하라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다만 통신 심의와 관련해서는 "관련 법에 자율기구를 명문화해야 한다"면서 "자율규제를 정부가 장려하고, 거기서 해결 안 되는 것은 심의위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편은 봐주기(?) 심의

박 위원장은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는 종합편성채널의 심의에 대해서는 "요즘은 굉장히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박 위원장은 "(종편이)처음 개국해서 자체적인 심의기준도 완전히 자리 못 잡았고, 심의규정에 대한 숙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편성채널 심의 기준은 개국 이후 두달째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1월말 박만 위원장을 비롯한 심의위원들은 워크샵을 열어 처음으로 종편 심의 기준과 관련한 의견을 취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동종 잘못이 자꾸 나오면 기준을 높여서 지상파에 준하는 규제로 가야할 것으로 본다"면서 "종편도 비록 시청률은 현재 낮지만 지상파에 준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게 큰 방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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