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 2, 3세들이 운영하는 베이커리점 및 카페들이 사회적 비난을 받고 철수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신문들이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의 제과점 브랜드가 국내에 상륙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보도를 내놓았지만 취재 확인 결과 상당 부분 과장된 보도로 드러났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머니투데이와 한국경제 등 2일자 아침종합신문과 경제지들은 워렛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지분을 100% 소유한 자회사 '씨즈캔디즈'가 최근 국내에 시범(테스트) 매장을 열었고, 백화점과 주요 상권 시장에 매장을 열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1921년 설립돼 90년 전통을 가진 고급 초콜릿 전문점인 씨즈캔디즈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 200여개 체인점을 운영 중이며 아시아에서 홍콩, 마카오에 이어 우리나라가 공식 수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계획만 있는데 오픈될 예정이라니

특히 이들 신문은 씨즈캔디즈의 국내 매장 추진 계획을 구체적으로 전하는 등 대기업 총수 2, 3세들이 매장 철수 움직임과 비교해 "결국 여론의 지탄에 밀려 재계 2, 3세들이 빵과 과자를 팔다가 철수한 공간을 외국 대기업 제품들이 메우는 형국"(한국경제)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대기업들이 커피전문점, 떡볶이, 순대, 베이커리 등 골목상권까지 위협하는 사업까지 진출하면서 사회적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는데 외국계 제과점의 국내 상륙을 무리하게 소재로 갖다 붙여 애국심을 자극해 비난 여론을 희석시키려고 하다가 결국 허위 과장 보도를 했다는 비난이 예상된다.

이들 신문 대부분은 씨즈캔디즈의 국내 판권을 가진 (주)한스텝의 김현범 전무와의 인터뷰를 통해 "씨즈캔디즈 매장이 빠르면 오는 3월 서울 강남 압구정, 청담동지역에 문을 열 예정"이라거나 "백화점 입점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했지만 정작 김현범 전무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언론이 너무 많이 앞서갔다"며 관련 보도를 부인하기까지 했다.

김 전무에 따르면 (주)한스텝은 지난 2009년 씨즈 캔디사와 국내 판권 계약을 맺었고, 2010년 온라인 판매를 중심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 오픈과 관련해서는 추진 계획만 있을 뿐 당장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초 오프라인 매장으로 인천 송도신도시 브릿지호텔 1층 커피숍에 들어섰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매대를 설치해 판매하는 형식으로 "임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김 전무의 말이다.

 

강남 압구정, 청담동 지역에 오프라인 매장을 연다는 보도 또한 사실이 아니다.

(주)한스텝은 미국 본사와 협의를 통해 1호점을 직영점으로 내고 2호점부터는 회원을 모집해 가맹점 형태로 사업을 확장시키려고 계획 중이다.

직영점 오픈에는 (주)한스텝의 자본이 100% 들어가는데, 미국 본사인 씨즈캔디즈 측은 90년 전통식으로 초콜릿만 파는 형태의 가게를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스텝 측은 "자본 문제도 있지만 본사에서 전통 초콜릿만 파는 가게를 고집하고 있어 우리나라 정서상 먹힐까하는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김 전무는 "본사 측에서는 빨리 직영점을 내라고 하고 있지만 저희로서는 문화적인 문제, 자본 투자와 같은 이런 저런 정황을 따져야할 게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전무는 "아직은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면서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당장 실현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신문들은 또한 씨즈캔디즈의 백화점 입점이 추진될 것이라고 했지만 (주)한스텝 측이 지난 1월 중순경부터 백화점을 상대로 발렌타인 데이에 ㅤㅁㅏㅊ춰 런칭 이벤트를 하는 계획이 과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2월 10일부터 15일까지 발렌타인 이벤트 행사가 계획돼 있을 뿐이지 상시 매장을 주는 게 아니다"며 "우리 백화점은 매장을 줄 자리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2월말 보도자료가 두달 후에?

보도시점도 석연치 않다.

(주)한스텝이 "미국 최고의 초콜릿 브랜드로 꼽히는 씨즈 캔디(www.seescandieskorea.co.kr)가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보도자료를 낸 시점은 지난해 12월 말이다.

당시 서울경제와 포커스는 각각 12월 25일과 27일자 신문에서 "국내 판권을 갖고 있는 한스텝은 현재 인터넷 판매 중인 씨스캔디를 내년 2월 초부터 롯데, 신세계, 현대 백화점 등에서 판매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난 뒤 약 두달 후에 주요 일간지들이 "대기업 빵집 잇단 철수…'버핏제과점'은 상륙", "워런 버핏 제과점 인천 상륙", "버핏 빵집 한국서 문열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이제 막 씨즈 캔디즈가 한국에 진출한다는 식으로 관련 기사를 쓴 것이다.

김 전무는 "언론이 너무 많이 앞서갔다.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 드린 것을 그것도 신문 1면에 기사화해버렸다"고 토로했다.

김 전무는 이들의 보도 배경에 대해 "재벌 빵집 문제 때문에 일부러 연관을 시키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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