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재단이 부산일보 편집권 독립을 요구하는 구성원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신임 사장 임명을 강행하면서 부산일보가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정수재단이 일방적 경영진 선임에 반대하는 사내 여론을 묵살하고 지난 1월19일 이명관 기획실장을 사장에 임명하자 노조는 즉각 사장 출근 저지 투쟁에 돌입하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일보 노조는 정수재단의 사회 환원과 민주적인 사장 선임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로비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편집국 기자들도 재단의 새 경영진 임명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신임 사장이 인사를 단행할 경우 임명장을 노조에 반납하기로 결의하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96년 입사 기자들은 사내게시판에 기수성명을 게재해 노조위원장 해고, 편집국장 대기발령 등 조치로 비롯된 부산일보 현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정수재단의 부산일보 장악시도를 규탄했다. 이들은 재단에 편집국장과 노조위원장에 대한 징계 철회와 편집권 독립, 사장추천제 보장 등을 요구했다.

2000년 입사자들의 성명도 곧이어 게시판에 올라왔다. 이들은 사원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인 경영진 선임 철회와 대화를 통한 회사 정상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편집국 부장 팀장들도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재단에 전향적인 입장변화를 촉구하고, 사태 해결 이전까지 인사를 전면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7일에도 95년 입사자들의 성명이 나왔다. 편집국 중간 간부들을 포함한 기자들의 기수별 성명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수재단과 부산일보 사태는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장기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사태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31일 자신과 정수재단은 아무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정수재단) 이사진에 대해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그러면 정말 엉뚱한 사람이 개입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정수재단과 선을 그었다.

부산일보 노조는 여전히 정수재단은 박 위원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입장이다. 이호진 부산일보 노조위원장은 지난 1월31일 “박 위원장을 비판하는 부산일보 기사에 정수재단과 최필립 이사장이 펄쩍 뛰며 편집국장과 위원장을 해고하고 대기발령을 내면서 부산일보에서 분리시키려는 것만 봐도 ‘사실상 소유주’인 박 위원장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1월30일자 특보를 통해 “민주적 사장선임제 쟁취를 목표로 든 것은 불완전한 편집권 독립을 오롯이 세우고 날로 심각해지는 소유주의 경영간섭과 개입을 차단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방어의지 표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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