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선거운동 상시 허용이라는 물결 앞에 선거기간동안 인터넷 뉴스에 실명 확인을 거쳐 댓글을 달아야 한다는 공직선거법도 실효성을 잃어 하루빨리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직선거법 제82조6항에 따르면 인터넷 언론사들은 선거운동 기간 게시판과 대화방을 운영하면서 실명인증을 확인받도록 하는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최고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고, 실명인증을 받지 않는 댓글을 방치할 경우에도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이행하지 않은 일수에 따라 과태료와 벌금도 가중된다.

하지만 이미 인터넷 언론사 대부분은 가입시 실명 정보가 필요없는 SNS 댓글을 연동한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다. 선관위가 해당 조항을 적용하고 싶어도 선거법 적용 논란만 가중시킬 뿐 효력을 갖기 어려운 이유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으로 해당 조항에 따라 선거기간 동안 게시판 실명제를 조치해야 하는 인터넷 언론사는 2279개에 달한다. 이중 10만명 이상 유입되는 인터넷 언론 사이트의 경우 이미 정보통신망법상 본인 확인제 의무에 따라 실명 인증 절차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10만명 이상 유입이 어려운 인터넷 언론사들은 과태료를 물지 않기 위해서 선거운동 기간 게시판 운영을 위한 별도의 실명 확인 시스템 구축 비용을 들여야 한다. 영세한 인터넷 언론사들은 선거운동 기간만 되면 게시판을 닫아버리는 이유다.

제82조 6항의 적용을 받아 과태료를 부과한 언론사도 2006년 민중의소리(750만원)와 2007년 참세상(1000만원), 단 2곳뿐이다. 두 언론사도 해당 조항을 따르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해 일부러 과태료를 낸 경우다.

이준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수석부회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선관위에서도 선거 당일 실명이 필요없는 SNS를 통해 투표를 권고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데 유독 선거운동 기간에 인터넷 언론사들에게 실명제를 강요하는 것은 헌재 결정 취지에도 맞지 않고, 돈 낭비, 인력 낭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가 10만 명 이상 유입되는 인터넷 사이트를 대상으로 한 본인 확인 실명제 폐지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인터넷 실명제 자체가 유명무실화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 유독 인터넷 언론사만이 실명제를 따라야할 법적 정당성이 없다는 얘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제83조 6항에 대한 개정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선관위 법제과 관계자는 "방통위에서 본인확인제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선거법 제82조 6항도 있을 필요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선거법 개정은 국회 몫이다. 제83조 6항을 삭제하는 선거법 개정안은 김부겸 민주통합당 의원의 발의로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올라와 있다. 하지만 정개특위는 선거구 획정안에 대한 여야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선거법 개정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황영민 유권자자유네트워크 정책담당자는 "길거리를 걸을 때 일상적으로 경찰이 불심검문을 수행하지 않는다"며 "인터넷 공간은 정치적 의사표현을 하면 내부적으로 자체 정화를 거쳐 중론을 형성되는 공간이기 때문에 실명제를 강제하는 것은 상시적 불심검문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표현을 위축시키는 효과만 있을 뿐이다. 관련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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