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성향 400여개 시민단체들의 협의체인 한국시민단체협의회가 비밀리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소통 및 역량지수를 조사한 결과 한나라당의 초라한 SNS 성적표가 드러났다.

한국시민단체협의회는 31일 한나라당과 미래희망연대, 자유선진당 의원 전원을 상대로 SNS 회사에서 평가로 삼는 방식을 채용해 SNS 소통 및 역량지수를 전수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시민단체협의회는 특히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눈높이위원회가 내놓은 SNS 역량지수를 '엉터리 공식'에서 나온 평가방식이라고 비난하고 이번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밝혔다.

한나라당의 트윗 역량지수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도 2위로 물러나는 이변도 나왔다.

이들은 "코미디와 같은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눈높이위원회의 결정과정을 인내를 가지고 지켜봤지만 더 이상 SNS의 소통을 왜곡하고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뽑는 유권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서 SNS 소통 및 역량지수 산출 공식을 만들게 해서 이를 바탕으로 한나라당, 미래희망연대, 자유선진당의 현역 국회의원들의 SNS를 평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적한 한나라당의 엉터리 공식은 지난 11일 눈높이위원장인 조현정 비상대책위원이 내놓은 트윗 역량 지수를 말한다.

조 위원은 트윗 역량 지수를 내놓으면서 "SNS를 통한 국민과의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공천 점수에 SNS역량지수를 적게는 1~2%, 많게는 5%까지 반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조 위원은 내놓은 공식은 'F(x)=(팔로어 수-팔로잉 수)+팔로어 수×0.1+트윗량×0.1+리스트된 수'인데 팔로어(자신의 메시지를 받아보는 사람) 숫자는 많을수록, 팔로잉 숫자(내가 다른 사람의 메시지를 받아보는 것)는 적을수록 점수가 높게 나온다. 그야말로 다른 사람의 말을 적게 듣고, 자신만 많이 떠들면 점수가 높아지는 꼴이어서 누리꾼들의 조롱을 받기도 했다.

이번 조사는 한나라당 비대위의 트윗 역량지수와 달리 4대 SNS 계정별로 적게는 3가지에서 많게는 10가지의 평가항목에 따른 점수를 부여하고 각 계정별 소통 지수를 곱해 합산한 것이다.

최인식 집행위원장은 "SNS 회사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방식을 채용했고, 단순히 짧은 시간 안에 역량지수를 높힐 수 없는 구조로 돼 있다"면서 "조사 역시 보안이 안되면 조사 대상의 의원들이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비밀리에 진행했다"고 말했다.

우선 트윗 계정이 없는 경우 -1만 점, 페이스북 계정이 없으면 -3000점 등의 마이너스 점수를 부과했다. 계정별 소통 및 영향력 지수 비율은 1점을 기준으로 트위터는 0.6, 페이스북은 0.2, 유튜브는 0.1, 싸이월드는 0.01를 부여했다.

SNS 계정별 평가항목도 해당 SNS의 특성을 반영했다. 일례로 트윗의 경우 팔로워, 팔로잉, 리스트 숫자 뿐 아니라, 일일 평균 트윗수, 리트윗 비율, 트위터 평판지수, 트위터 파워지수, 트위터 가치, 인기도, 트위터 내 영향력 순위 등을 점수 항목에 넣었다.

조사 결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8만8339점을 얻어 2위를 차지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26일 비대위의 트윗역량지수 측정 조사 결과 현역의원 166명 중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진성호 의원이 9만3152점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

3위부터 10위는 정몽준, 이재오, 이윤성, 남경필, 강승규, 홍준표, 안상수, 전여옥 의원 순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진성호(서울), 남경필(경기), 장제원(부산), 박근혜(대구), 이윤성(인천), 허천(강원), 윤진식(충북), 김호연(충남), 이인기(경북), 김정권(경남) 의원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SNS 계정이 없어 낙제점을 받은 의원도 많았다. 6선인 홍사덕 의원은 장광근, 이명규, 장윤석, 강석호, 강성천, 김장수, 임동규, 이영애 의원과 함께 -6800점을 받아 151위로 공동 꼴찌를 차지했다.

전체 점수로 보면 1위부터 7위까지는 9만점에서 4만점이 분포돼 있고,  8위부터 61위까지는 3만에서 2만점, 62위부터 125위까지는 만점대를 기록하고 126위부터 151위까지는 9000점대에서 -6800점이 나와 1위부터 꼴찌까지 10배 넘게 차이가 나는 등 편차가 큰 것으로 나왔다.

주요 당직자별로 보면 권영세 사무총장(3만2559점)은 18위, 황우여 원내대표(2만6670점)는 30위, 차명진 전략기획본부장(1만9454점)은 62위, 이주영 정책위의장(1만2024점)은 115위를 차지했다. 한나라당의 입인 황영철 대변인은 2만176점으로 61위, 이두아 원내대변인은 1만7256점으로 75위를 차지했다.

미래희망연대의 경우 송영선(2만2540점), 윤상일, 노철래, 정하균, 정영희, 김혜성, 김을동, 김정(-5580점) 의원 순으로, 자유선진당의 경우 이재선(2만4685점), 권선택, 류근찬, 임영호, 이인제, 김낙성, 이명수, 박선영, 심대평, 변웅전, 이진삼, 조순형, 김용구, 이영애(-6800점) 의원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시민단체협의회는 이 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SNS 소통 및 역량지수 하위 의원들을 전체 순위상 아래로부터 약 25%로 보고 각당 공천심사위원회에서 공천 부적격자 선정 자료로 활용할 것을 제안할 예정이다.

최인식 집행위원장은 하지만 "공천 심사에 반영해 누구를 당선 또는 낙선시키라는 의미가 아니다"면서 "국민과 진정으로 소통하려면 소홀히 해왔던 SNS 소통을 긴장감 있게 잘 하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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