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제93조 1항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 뒤 국회가 상시적으로 인터넷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 작업에 들어갔지만 다른 처벌 조항을 강화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6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공직선거법 소위원회를 열어 선거법상 인터넷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것은 이번 헌재의 결정 취지에 위배된다고 의견을 모았다.

현재 여야는 제93조 1항에 인터넷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문구를 삽입하거나 제254조 2항에 '정보통신 등 방법'을 삭제하는 방안, '인터넷·SNS 등 정보통신망 선거운동’을 상시 허용하는 내용의 조항을 공직선거법 제59조에 신설하는 방안 등을 놓고 최종 개정 선거법의 문구를 조율할 것을 보인다.

하지만 여야는 인터넷 선거운동 상시 허용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후보자 비방죄(251조)등을 강화하기로 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여야는 후보자 비방에 대한 벌칙을 현행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로 상향 조정했다.

이대로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 인터넷상 입은 풀어주면서 처벌은 되려 강화돼 개정안의 입법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에 검찰은 보통 선거법 위반 조항으로 '탈법 방법에 의한 문서 게시'를 규정한 제93조 1항과 선거운동기간 위반죄로 '정보통신 등 방법'을 이용한 사전선거운동 금지 조항을 담은 제254조 2항을 들어 인터넷 선거운동 게시자에 대해 처벌해왔다.

하지만 헌재가 제93조 1항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고 인터넷 선거운동 상시 허용을 판시해 제254조 2항의 처벌 조항도 실효성을 잃게 된다. 검찰이 상시적으로 내세운 선거법 위반 처벌 조항이 무력화되는 셈이다.

하지만 여야가 후보자 비방죄를 강화함으로써 검찰이 후보자 비방죄 251조를 들어 인터넷 선거운동을 처벌하는 사레가 빈번하게 발생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검찰은 지난 2007년 11월 자신의 집에서 네이버 정치토론장 게시판에 "주가조작 땅투기, 전과 14범이냐? 아니면 이희창이냐? 선택을 하라!"는 제목으로 이명박 예비후보를 비판하고 이회창 예비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한 류모씨를 제93조 1항과 제251조를 들어 기소했다. 현재는 93조 1항이 한정위헌 결정을 받으면서 류씨를 기소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될 수 없지만 검찰은 251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인터넷상 정치적 표현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후보자 비방죄 조항의 문제점은 비방과 비판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에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비방은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을 깎아내리거나 헐뜯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긴 하지만 검찰 당국의 자의적 해석이 끼어들 여지가 많은 셈이다.

실제 지난해 4월 27일 사이버선거법위반행위 조치 현황(참여연대)를 보면 허위사실공표와 비방죄로 16건이 걸렸고, 10월 26일 재보궐 선거에서는 전체 267건의 사이버선거법 위반행위 중 허위사실공표와 비방으로 걸린 건수는 107건에 이르렀다. 올해 4월 11일 총선과 12월 19일 대선에 앞서 허위사실공표와 비방으로 이미 걸린 건수도 각각 2건과 3건이다.

인터넷 상시 선거운동을 허용해 표현의 자유를 확대시켰다고 하지만 후보자 비방죄를 통한 처벌 움직임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후보자 비방죄 적용 사례를 보면 보통 후보자에 대한 욕설과 조롱글이 대부분이었는데 검찰이 적용 범위를 확대해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 볼 수 있는 게시물에 대해서도 후보자 비방죄를 적용할 가능성도 높다.

황영민 유권자자유네트워크 정책담당자는 "비방이라고 하는 것도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등 형법상 존재하는 벌로 해야지, 후보자나 선거운동 관계자의 악의적인 선거운동을 방지하는 목적인 후보자 비방죄로 일반 사람의 표현까지 막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이번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후보자 비방죄를 적용하는 문제점이 명확히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검찰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포함해 인터넷에 허위사실이 담긴 게시물을 30건 이상 올리면 구속수사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도 심상치 않다. 문제가 된 게시물을 RT(리트윗)한 수많은 게시물과 게시자에 대해서는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검찰의 엄포성 발표라는 지적도 있지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자기 검열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선거당일 인터넷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문제를 두고도 여야는 합의에 이르지 못해 이번 총선과 대선에서도 다시 한번 트윗 인증샷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선관위의 트윗상 유명인 인증샷 범위에 대한 논쟁이 일었고, 김제동씨가 검찰에 고발을 당했다. 이번에 여야가 논쟁을 해소하지 않을 경우 선거 당일 투표독려운동을 어디까지 허용하는지 유권자들도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황영민 정책담당자는 "헌재 결정과 선관위의 운용기준 발표 이후에도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SNS상 유권자의 정치참여라는 시대적 흐름을 마지못해 따라가거나 거스르는 움직임이 있다"며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 선거 기간 다른 조항에 의해 제약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시민들이 결국 표현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정치 참여를 통한 변화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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